이벤트 참여안내를 위해 수집한 고객 연락처를 기반으로, 우리는 인터뷰 요청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그중 일부, 문자에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은 고객들에게 전화까지 걸었다.
나는 이 과정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연락처 수집 당시, 인터뷰 활용 목적은 명시되지 않았다.
고객 입장에서는 이벤트 참여를 위해 제공한 정보일 뿐이었다.
그래. 인터뷰 문자를 보냈다고 치자. 이 부분도 문제가 있지만,
문자를 보낸 것은 그렇다 치고.
응답이 없는 상태에서의 전화는 너무 일방적인 접근이 아닌가.
고객이 문자에 응답하지 않았다는 건,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표현이자 거절의 신호가 아닐까.
그런데도 전화를 건다는 건,
그 신호를 무시하고 조직의 니즈를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던진 셈이다.
상사가 나에게 답을 주었다.
' 고객이 불편해 하지 않을까, 싫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건 본인의 두려움일 수 있어.
생각보다 그렇지 않음을 알아가게 될거다. '
저 말에는 동의한다.
막연한 우려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태도보다,
시도해보고 판단하자는 실행 중심의 사고는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도 자체의 용기와 별개로
고객과의 접점에서, 신뢰를 담보로 하는 행동과 방식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결과적으로,
문자에 응답하지 않았던 고객 중 전화에 응답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고객은 조용히 거절했고, 우리는 그 거절을 무시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 데이터 수집과 활용의 불일치
- 수집 시점과 활용 시점의 목적이 다르면 고객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
- 특히 개인정보는 사용자 입장에서 매우 민감한 영역이기에,
사소해 보이는 활용도 불쾌감과 서비스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 암묵적 거절의 무시에 대한 감각 부족
- “응답 없음”은 곧 "No"일 수 있다.
- 고객의 침묵을 ‘기회’로 보며 밀어붙이는 태도는, 성장보다 관계 파괴를 더 빠르게 만든다.
- 묵시적 권위 문화
- 권위자의 한마디는 문화가 된다.
- "그건 네 두려움일 수도 있어"라는 말은 신중함을 가진 구성원에게 ‘비이성적 우려’라는 프레임을 씌울 수 있다.
- 이는 내부 비판과 균형을 지우고, 실행만 남긴다.
마무리
이 일은 단순한 실행의 문제가 아니다.
고객과 신뢰로 연결되어야 할 조직이, 신중함 없는 실험으로 신뢰를 갉아먹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실행에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 용기가 타인의 응답을 무시할 때
그건 실험이 아니라 침범이 된다.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왜, 고객이 보여준 '조용한 거절'을 무시하고, 우리의 필요를 우선시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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